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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candinavia2008. 11. 28. 02:54
 
(Nordkapp, Norway)


스칸디나비아 여행기 (2007. 8. 13 ~ 8. 30 )

여행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지 일 년 하고도 세 달이 지나가고 있는 것에 비하면, 작년에 내가 이 여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불과 3주 정도 걸렸다는 건 꽤나 놀라운 일이다.

시험이 끝나면 노르웨이에 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떠들고 다녔지만 막상 시험이 끝났어도 무기력의 늪에서 끝없이 침잠해 가던 무렵, 가려던 거면 무조건 떠나라는 선배의 강력한 권유에 그 다음날 바로 가족들에게 '혼자 좀 나갔다 오겠다'는 깜짝선언을 했다. 집안 기둥뿌리 하나 더 뽑겠으니 배 째라는 취지의...

딱히 설레지도 않았다. 왜 가고 싶은지, 뭘 하고 싶은 건지도 알 수 없었다. 그저 이 곳을 떠나고 싶다는 일관된 의지 한 큰술, 저 곳에 가봐야만 한다는 막연한 동경 1과1/2 큰술, 정신줄 놓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본능 적당량. 아참, 너무 맛이 없을까봐 '왜 떠나는지 알기 위해 떠난다'는 합성감미료(라고 쓰고 자기기만적 명분이라고 읽는다)도 뿌렸다.

구체적인 계획 따위 있을 리가 만무했다. 다니면서 찾아볼 수 있도록 국내 가이드북 한 권에 론리 플래닛 한 권으로 '계획에 대한 계획' 및 정보 수집을 끝내고, 남들이 충분하다는 기간보다 한참 길게 항공 스케줄을 잡아놓고, 국제운전면허증 발급받고, 환전하고 등등... 매사가 귀찮은 와중에 나름대로 최대한의 의욕을 짜내서 최소한의 준비를 했다.











가이드북에서 떼어낸 이 한 장의 지도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에서의 나침반 역할을 해줬다(정이 많이 들어서 지도 이미지를 따로 구하지 않고 방금 카메라로 직접 찍었다). 표시된 루트가 내가 지나갔던 곳이다. 일반적으로 헬싱키에서 바로 스톡홀름으로 건너가는데(또는 그 반대로), 나는 대륙의 북쪽 끝, 라플란드 지역의 노르카프까지 올라갔다 내려온 것 정도가 예외적이다.

서설이 너무 길었는데, 이제 날짜별로 사진 위주의 여행기를 천천히 업데이트할 생각이다. 사실, 여행기라기보다는 사진 정리 작업에 가까울 것 같다.


Special thanks to

케이스도 없이 18일 간 비바람 맞아가며 덜렁덜렁 메고 다녔어도 아무런 불평 없이 내 눈이 되어준 이오스 삼백디와 일칠팔오아이에스 렌즈가 없었다면, 내 기억을 보존할 수도 공유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. 술먹고 긁은 카드값을 메꾸느라 사진 장비를 모두 방출할 때에도 저 녀석들만은 처분할 수 없었다. (팔아봤자 얼마 안 되고, 막 굴리기 편해서 놔뒀다는 건 비밀이다.)



Posted by Tukkin